혐오를 지양하는 유튜버들을 추천하는 글
토무2020-11-20 20:10

유튜브를 볼 때마저 피곤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욕하면서 팬심으로 가까스로 눈감아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 구독 페이지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최근에 동네 포르노 산업을 서포트 해야 한다고 농담으로 말한 놈들과 애니메이션을 볼 때 여자애들의 가슴만 보고 있다는 농담을 한 유튜버를 쳐내고 그 자리를 최대한 재미있고 pc한 유튜버들로 채운 결과 남들에게 추천해줘도 괜찮을 만한 양으로 쌓여서 추천 글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이 완전히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아니고 유튜브 드라마에 귀가 밝지 않아서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지 남들 다 알아도 혼자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사람들을 골라왔다.

1.웃기고 2.인종차별을 하지 않고 3.성차별을 하지 않고 4.퀴어 혐오를 하지 않는 동시에 5.오리엔탈리즘이 없고(이건 와패니즘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가끔 있음) 6.사회의 구조적인 차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으며(기득권인 경우 본인이 기득권으로써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 7.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유튜버들의 리스트를 소개한다.
여성 유튜버들이 대다수이고 (남성인 경우 페미니스트)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섞여 있다. 순서는 1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알파벳, 가나다 순서.
쓰다가 날아가서 2번부터 다시 썼기 때문에 1번과 다른 항목간의 길이 차이가 많이 난다면 애정의 차이가 아니고 멘탈 크기의 유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1. Bestdressed
코르셋을 조인 모습과 지속적인 연애를 보는 것도 괜찮다면 모두에게 추천하는 채널이다. 100만 구독자가 넘어가면 빈말로도 작은 채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비디오 분위기 때문인지 '인디'스러운 유튜버를 말하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이름은 애슐리고 패션 유튜버. 페미니스트. 스타일링을 정말 예쁘게 잘 하는데 탈코한 사람의 시선으로 볼 때는 아이고 배탈나겠다 아이고 춥겠다 아이고 불쾌한 시선으로 잔뜩 쳐다보겠네 아이고야 아이고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애가 원하지 않는 성적 대상화를 당하는건 그 애의 잘못이 아니고 사회의 잘못이니까 패스. 본인도 그 점을 매우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이렇게 입으면 캣콜링 당할 걸 알지만 내가 입어서 캣콜링을 당하는게 아니라 그새끼들이 썩어서 캣콜링 하는 거야'. 하지만 거기에서 오는 정신적인 피로감이 엄청난듯. (나는 여전히 그 애들의 주체적 섹시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무래도 외국에서의 페미니즘과 한국에서의 페미니즘은 맥락이 다를게 분명하기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기 전에는 비난하기보다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기를 택했다) 이렇게 입었을 때 주변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성적 대상화를 할 것이라는 것도 명확히 알고 있지만 꾸준히 입고 싶은대로 입는 용기를 응원한다. 내가 이 애가 자학개그와 사르카즘의 천재라고 말했던가? 그 자학개그와 사르카즘이 꽤 통찰력 있어서 그것만 들어도 재미있다. 엄청 열심히 일하는 게 눈에 보이고 본인의 스트레스나 의견을 낭만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솔직함도 가졌다. 패션 비디오만 하는 게 아니라 여행 브이로그나 '핸드폰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같은 형식의 영상도 자주 올라온다. UCLA에서 영화를 전공한 졸업생이라서 그런지 전반적인 비디오 퀄리티가 굉장히 높고 내용의 짜임새가 촘촘하다. 구독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인스타그램에서 왕왕 보임. 솔직하고 성실하고 재미있고 위의 일곱 요소(웃기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고~)를 전부 통과한 유튜버. 월경 중에 옷 리폼하는 영상이나(제목: altering my clothes while bleeding out of my vagina) 파리에 대한 없는 로망도 만들어주는 파리 브이로그, 뉴욕 아파트 헌팅 비디오를 재미있게 봤었다.

✨ altering my clothes while bleeding out of my vagina, LOVE & OTHER DRUGS (a paris vlog), NYC APARTMENT HUNTING (w/ rent prices + tips!)

https://www.youtube.com/bestdressed




2. AnthonyPadilla (남)
구 Smosh, 현 개인채널. 원래는 스모쉬라는 이름의, 코미디스케치 영상을 만드는 듀오였다가 스모쉬와 계약한 회사의 문제(결국 그 회사는 부도남)로 독립해서 혼자 이끌어나가고 있는 채널이다. 처음에 채널을 만들었을 때는 짧은 코미디스케치를 주로 만들었는데, 어느날부터 인터뷰를 찍어 올리더니 지금은 인터뷰 전문 채널이 되었다. 그 인터뷰 대상들이 매우 다양해서 채널에 들어가면 선택지의 양에 조금 압도될 수 있다. 단순히 재미있기만 한 영상들이 아니라, 일단 인터뷰 영상이기 때문에 기대되는 정보의 학습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훑어보면서 궁금한 대로 눌러보면 꽤나 안정적이고 능숙한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인터뷰 대상은 익명 유튜버들, 시간제 선생님들부터 구 사이비교 신자, 드랙퀸, 인신매매 생존자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놀라운 것은, 앤서니(로마자 표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이렇게 씀)가 훌륭한 인터뷰어라는 것이다. 앤서니와 앤서니의 팀은 인터뷰이를 존중한다. 주제와 무관한 이상한 질문을 하지도 않고, 인터뷰이의 말을 끊거나 무시하지도 않는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인터뷰에는 서로가 불편하지 않을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완화시키기도 한다. 우리와 함께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싶다면 꼭 추천한다. 수많은 인터뷰들 중에서도 나는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 미아 칼리파(구 포르노 스타)와의 인터뷰, 슈가 베이비(슈가 대디와 계약해 그들의 특정 요구(섹스, 애인 등)를 이행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와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 I spent a day with MULTIPLE PERSONALITIES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I spent a day with MIA KHALIFA, I spent a day with SUGAR BABIES (Sugar Daddies Exposed)

https://www.youtube.com/user/AnthonyPadilla




3. dangelowallace (남)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비판에 사르카즘과 블랙유머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코멘터리 채널. 주로 유튜브 내의 이슈를 다루지만 그 외 사회적 문제들에도 말을 얹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나도 유튜브 내의 드라마는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그 드라마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엮이고 스케일이 커져도 자세히 모르는 일이 다분해서 그의 채널에 있는 모든 영상에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유튜브 외의 이슈를 다루는 내용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영상이 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 점은 그의 두번째 채널에 가 보는 것이 조금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이 흥미로워서 보고 싶은데 썸네일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 앞뒤 사정이 어떤지 전혀 몰라도 영상 시청에는 큰 문제가 없다. 모든 영상 초반에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코멘터리/드라마 채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데, 이 채널의 영상들을 보면서 그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 디안젤로는 상대방을 비판하는 비디오에서도 그 상대방이 옳은 말을 한다면 그 점을 무시하지 않고 짚고 넘어간다. 당신이 하는 말은 잘못 되었지만, 그 중에서 이 말에 대해서는 딱히 반대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식이다. 또한 애초에 비판하려던 대상이 조사 과정 중 최근에는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 그 점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점을 인정한다. 특정 이슈를 비판할 때 (당연하지만) 그 사람의 인종, 성별, 성적 정체성, 외모 등을 비난하지 않는다. 디안젤로는 내가 본 사람들 중 처음으로 영미권에서 허구한 날 튀어나오는 욕설 ‘bitch’가 여성혐오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디안젤로를 향한 평가를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이 채널은 코멘터리 채널이기 때문에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로건 폴에 대한 분석과 라나 델 레이의 입장문을 문장별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 베이비부머가 z세대에 대해 쓴 글을 z세대 당사자 입장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해체하는 영상을 매우 좋아한다.

✨ Logan Paul: YouTube's (and Jake Paul's) awful older brother, Lana Del Rey has Lana Del LOST IT, i found the world's angriest boomer

https://www.youtube.com/c/dangelowallaceagain




4. Daniel Howell (남)
11년짜리 채널을 가진 유튜브의 살아있는 화석, 사르카즘의 대가. 구 danisnotonfire로 유명하다. 스토리텔링 비디오를 주로 만드는데, 본인이 겪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자기비하적인 톤으로 이야기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본명을 내세운 리브랜딩 이후로 그 결은 유지하되 자기 비하는 사라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보다 더 전문적이고 넓은 스펙트럼의 내용을 다룬다. 주된 시청자들은 10대 여자들인데, 그 시청자들이 채널과 함께 자라면서 (채널이 11살) 꽤 넓은 소비자층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나이 어린 시청자들은 결국 자라서 어렸을 때 보던 채널을 떠나고 만다. 어린 팬층을 가졌던 수많은 채널들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뀐 시대에도 똑같은 내용만 만들거나, 이미지를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지만 다니엘은 리브랜딩을 계기로 이를 영리하게 성공시킨 예 중 하나다. 어린 시청자들이 성장해서 채널을 떠났다가 다시 되돌아오거나, 새로운 성인 시청자가 유입되는 것을 댓글창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업로드 주기가 극악이라서 구독자수가 굉장히 많은 타 화석채널들에 비해 구독자 수가 적은 편. 입을 매우 잘 터는데, 업로드 주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른 사람이 말했을 때는 그냥 피식 웃을 정도의 말도 다양한 표현과 최소한의 에디팅 만으로 엄청난 개그로 만들 수 있다. 정석적인 귀족적(posh) 악센트로 우리에게 제일 낯익은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제일 좋아하는 영상은 커밍아웃 영상이지만, 가볍게 보기에는 바하마 여행 이야기나 실수로 눈에 데오도란트 뿌려서 눈 멀 뻔한 이야기도 추천한다.

✨ Basically I'm Gay, My Bahamas TRAVEL DISASTER, I Nearly Blinded Myself

https://www.youtube.com/danhowell




5. Eve Cornwell
법조계에 대한 환상을 박살내기도, 강화시키기도 하는 멋진 페미니스트 법조계 견습생. 법대를 조기졸업하고 작년 가을에 로펌에서 견습으로 일을 시작했다. 일상 브이로그나 Q&A 비디오는 물론이고 법조계, 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그 때 사용하는 단어가 아무래도 조금 어려워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는 영상이 많아서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나 잠깐이라도 변호사, 검사, 판사의 꿈을 꾼 적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채널이다. 한 차례 밈이 되어 인터넷에 돌았던 드라마 ‘금발이 너무해’의 Don't be a lawyer 영상을 보는 리액션 비디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법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을 장려하고 어린 학생들이 법조계에 오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많이들 생각하는 (영혼 빨린 표정과 다크서클이 턱 밑 까지 내려온 얼굴에 흉기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두께의 책을 껴안고 너는 여기 오지마... 같은 말을 하면서 본인이 고른 직업에 냉소적인) 법대생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면 이브는 그와 정 반대라는 걸 영상 몇 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본인의 직업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는 세상에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장려하는 어른은 (신선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좋은 롤모델이다. 발견해낸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은 영상을 보진 못했지만 브랜드 ‘바비’의 유튜브 채널 리액션, 드라마 ‘수트’에서의 모의 법정 시나리오에 자신을 대입해 변론을 전개하는 비디오를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 why barbie is my new feminist icon, i tried to win the suits mock trial

https://www.youtube.com/c/EveCornwellChannel




6. JennaMarbles
코미디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브의 간판 스타 중 하나. 현재 안타깝게도 비디오 업로드를 무기한 중단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다니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튜브의 화석이기 때문에 처음 제나를 접한 사람이라면 컨텐츠가 모자랄 일은 없을 것이다. 주로 코미디를 올린다는 게 무슨 내용인가 하면, 거실 의자와 똑같은 무늬를 얼굴에 그려서 의자와 물아일체가 되기도, 본인을 칫솔로 탈바꿈하기도, 얼굴에 초록 물감을 칠해서 그린스크린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뜻이다. 남자친구인 줄리엔과 티격태격(이라기에는 남자친구가 많이 혼나지만 (그럴 만 한 경우가 많다))하는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함께 사는 강아지 네 마리에게 지극정성인 비디오도 굉장히 많다. 강아지 비디오만으로도 벌써부터 행복한데, 그 강아지가 같이 사는 인간들을 닮아 각양각색으로 개성이 매우 강하다면 보지 않을 사람 내 주변에는 없다. 제나와 줄리엔은 대화에서 영미권 밈이나 유튜버 레퍼런스를 굉장히 자주 사용하는데, 자료 화면을 보여주는 일도 별로 없어서 무슨 개그인지 못 알아듣는 일이 종종 생긴다. 당장 떠오르는 웃긴 영상은 앞서 말한 의자와 물아일체 (밈이 되어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강아지에게 비누 침대 만들어준 영상, 눈썹 미는 영상이다.

✨ Camouflaging Myself Into A Chair, Making My Dog A Bed Out Of Soap, Shaving My Eyebrows

https://www.youtube.com/user/JennaMarbles




7. Joana Ceddia
어머니와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로 크고 작은 스케일의 사고를 자잘하게 친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영상 말미로 갈수록 죽어가는 게 테마이다. 왜냐면 이 친구도 느닷없이 방 벽에다 그림을 그리거나 해먹을 설치하거나 테라스에서 활을 쏘거나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리거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전 시리즈를 리뷰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비디오의 만듦새가 엄청난 고퀄은 아니다.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건지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지 손에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기 때문에 열심히 흔들리는 영상을 볼 때도 꽤 있다. 하지만 적재적소에서 절묘하게 빵 터지게 에디팅을 굉장히 잘 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영상멀미는 용서해 준 상태다. 물론 비디오 자체도 매우 웃기다. 어휘력이 풍부하고 표현이 다양해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 중 하나.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티가 나고, 본인도 건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자학개그나 자조적인 내용의 개그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냉소적인 코멘트가 주를 이룬다. 개인적으로 조애나의 말솜씨가 진가를 발휘하는 영상은 스팸 이메일에 관한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 My sister

https://www.youtube.com/c/JoanaCeddia




8. Ris Igrec
주로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을 찍어 올린다. they/them 지칭명사를 사용한다. 다크 아카데미아(간략: 호그와트나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의 1930-40년대의 우울한 (살인이 일어나는 식의 미스터리가 주로 가미된) 기숙사 형 교육 시설 테마)식 방 꾸미기 비디오를 기점으로 구독자수가 크게 늘어났다. 채널 전체적으로 다크 아카데미아 테마가 곳곳에 보이는데, 그 수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라서 다크 아카데미아에 관심이 없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채널이다. 사르카즘과 자조적인 멘트를 적당히 섞은 유머 코드를 사용한다. 이는 대체로 동영상에 들어가는 본인의 나레이션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처음 발견하고 나서 며칠 사이에 채널에 올라온 거의 모든 동영상을 봤다. 그만큼 비디오들이 재미있던 것도 있고, 영상의 개수가 많지 않기도 하다. 본인이 예일대에 다닌다는 걸 모든 사람의 얼굴에다 들이대면서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더 좋았다 (조회수를 위함인지 제목에 예일대가 들어간 영상은 세개지만 나는 이렇게 잘난 학교를 다닌다는 내용이 아니라 보다보면 예일대가 제목에 들어가 있었다는 걸 까먹는 내용이 많음). 타란티노를 좋아하지 않는 영화과라는 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마카롱 굽다 망한 영상, 친구들이랑 같이 살러 이사가는 영상을 보면서 엄청 웃었다.

✨ i baked sanrio macarons and suffered, local teen ditches college to move in with friends

https://www.youtube.com/user/TheCroatianQueen




9. Safiya Nygaard
안정적인 딕션이 인상적인 채널. 사피야의 영어는 알아듣기 쉬운 편이다. 채널 자체적으로도 오디오가 조금만 안 들린다 싶으면 바로 자막을 넣어주기 때문에 영어의 거부감도 편하게 넘어갈 수 있다. 채널 대표 시리즈로는 살 수 있는/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한 데 섞어 프랑켄뭐시기 만들기, 1nn0 시대 스타일 재현하기 등이 있다. 주로 주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주제 설명-주제를 위한 준비(구매/있는 것 소개 등)-메인 활동하기-리뷰 및 총정리 순서로 영상을 구성하기 때문에 산으로 가는 일 없이 안정적이고 튼튼한 영상 전개를 볼 수 있다. 대표 시리즈 외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챌린지도 많고, 사피야 팀의 노력 덕분에 취향타는 영상도 별로 없어서 아무거나 눌러봐도 중간 이상의 재미는 보장한다. 이는 동시에 엄청나게 실험적인 영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급진적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전체적으로 견실한 채널. 사피야와 남편 타일러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도 있다. 아시아로 여행 와서 찍은 영상들도 많은데,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영문 모를 얼굴로 어린이들과 함께 수제 피자를 만드는 모습이 꽤 웃기다.

✨ I Went To A Cheese Theme Park In South Korea, I Baked Lipstick Into A Cake

https://www.youtube.com/c/SafiyaNygaard




10. Thomas Sanders (남)
자신의 성격 요소 중 네가지(논리, 감정, 낭만 (꿈), 불안)를 1인 4역으로 연기해 만드는 Sander Sides 시리즈가 채널의 대표 컨텐츠이다. 원래 짧은 영상을 올리는 플랫폼 ‘바인’에서 유명했는데 바인이 문을 닫으면서 유튜브로 넘어왔다. 수많은 바인 스타들이 유튜브에 넘어와 놓고는 이상하게 굴어서 욕을 먹는데 반해(ex. 디안젤로가 분석한 로건 폴과 제이크 폴) 토마스는 여기저기서 호평을 받는 특이 케이스.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건강한 온라인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조금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청년 이미지가 강하다. 지금도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다가 갑작스럽게 노래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고 아직 숨겨진 부분이 많은 세계관을 기반으로 기존 네 캐릭터 말고도 신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세계관 설정이나 캐릭터들이 마음에 든다면 계속해서 볼 만한 채널이다. 하지만 모든 영상에 교훈적인 부분이 너무 강하다보니 거의 모든 영상이 조금씩 오글거린다. 모든 대립도 결국은 도덕적인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라거나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교훈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시리즈 내의 모든 영상이 따뜻한 피아노 음악이 깔리면서 쏟아지는 사랑이나 관심에 부끄러워하는 표정,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는 표정, 침통한 표정, 결국에는 다 사랑해! 하는 해맑은 표정으로 귀결되기 일쑤이다. 이 점은 어린 사촌이나 조카가 이 채널을 보는게 전혀 걱정되지 않을 채널이라는 장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내용을 다루고 건강하게 대립을 해결하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장려하는 영상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앞서 말했지만 문제는 너무 티나게 교훈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계속해서 받아온 평가이고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토마스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가 기대되는 유튜버들 중 하나이다. 샌더 사이드 시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리즈 첫번째(제목: My true identity!) 부터 찬찬히 보는 것이 좋다. 채널 내 재생 목록이 있으니 참고하자. 샌더 사이드 시리즈를 제외하고 다른 영상 중에서는 친구와 함께 (자동차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둘이서) 차를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서 많이 웃은 기억이 난다.

✨ My true identity!, CARS Explained By Non-Experts!

https://www.youtube.com/c/ThomasSanders




11. 슈르연구소
뼈문과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별세계 같은 채널... 공학 하는 멋있는 여자 그 이름하야 슈르. 3d프린터를 이용해서 전문적인 공장에서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 집에서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영상 중간중간에 편집 시점에서의 코멘트가 들어가는데 그 멘트가 굉장히 시기적절하게 웃기다. 가면 갈수록 에디팅 기술이 늘어가시는 것도 보이고, 시즌에 맞춰서 흥미로울 법한 컨텐츠를 잘 선정하시는 듯. 뭐가 뭔지 전혀 모르는 나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동시에 어려운 내용은 짧게 설명해주는 지혜로운 유튜버. 여성 화학 연구자들을 소개해주는 영상도 있고 야너두 할 수 있어의 모토를 가진 강의 영상도 여러 개 있으니 꼭 가서 구경해보기를 추천한다. 전부 다 별세계 이야기 같긴 했지만 슈르의 흑역사 새콤달콤 자판기 영상과 소맥제조기 영상을 제일 인상 깊게 봤다.

✨ 새콤달콤 자판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술집 못가서 돌아버린 공대생은 결국... 직접만든 자동 소맥제조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8Ejow0hqQG06KGCHI1Lr2Q




12. 해쭈
먹을 것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올린다. 본인이 먹는 것만 종합 편집한 브이로그나 요리해서 먹는 것 까지 한 번에 다 보여주는 영상이 주이다. 주로 저녁 여덟시 이후에 업로드하기 때문에 그 날 야식이나 다음날 식사 메뉴를 고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 엄청나게 어려운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만들기 힘든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따라 하기도 좋을 것 같다. 조카 카야를 대상으로 한 주접도 채널의 주된 테마. 반려묘 새삼이의 육묘 일기 시리즈를 보면서 너무 행복했다. 남편인 쁘큐보이가 가끔 비디오에 출연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낯을 많이 가려서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다. (한국에서 명랑핫도그 허버허버 먹은 영상은 제외다) 커뮤니티 탭과 자주 하는 라이브들을 보면 시청자들과 열심히 소통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피드백이 빠른 편. 또한 공개된 영상으로 봤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2년 가까이 된 채널이기 때문에 컨텐츠의 폭을 넓히려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모습이 보인다. 음식 영상뿐만 아니라 일주일동안 바른 습관 챌린지나 호주 브이로그 같은 내용의 영상들도 꽤 자주 올라온다. 동생들인 고쿠라치와 쪼앤이 나오는 비디오는 어김없이 웃기다. 개그를 목적으로 하는 혀짧은 소리와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과장된 표정이 괜찮다면 추천.

✨ [VLOG] 현실자매 배꼽가출한 날 (아직도 못찾음), 칭찬에 약한 고양이 새삼이의 귀욤 터지는 습관, 혼밥집밥 기록 (feat.치킨마요,잉글리쉬 브렉퍼스트,커리,오레오아이스크림,돼지김치찌개,셀프 엽떡,녹두전,어묵라면,북경오리,삼겹살 마라샹궈,에그노그,새우만두,양갈비)

https://www.youtube.com/user/stubbornjessie




정리하면서 내가 굉장히 백인 위주로 구독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다양성이 없을 수가... 내가 모르는 유튜브의 많은 구석탱이를 찾아서 더 많은 좋은 유튜버들을 만나보고 싶다.


꼼꼼하고 정성 가득한 추천글 ㅠ
유튜브 보고싶을 때마다 토무링 추천 하나씩 뚫어볼래 크아악
12.06 19:30

히히 열심히 썼습니다 알아봐조서 고마워ㅠㅠㅠ 엉엉 저의 추천을 고려해주시다니 영광이야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알려주시기!!!
12.06 2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