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지양하는 유튜버들을 추천하는 글 2
토무2023-07-04 22:56

생존신고를 하러 왔다. 주기적인 포스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건 아니라 돌아왔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뭐라도 올릴 수 있도록 해 보는 걸로.
2020년 혐오를 지양하는 유튜버들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찾아낸 채널이나 그동안 지켜보면서 더 좋아하게 된 새로운 유튜버들을 소개한다. 전부 영어를 사용하는 유튜버들이다. 가나다 순.


1. DissociaDID
해리성 정체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 속된 말로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유튜버가 해리성 정체 장애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자 만든 채널이다. 현재 가장 자주 몸을 통제할 수 있는 ‘호스트’인 카야가 채널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해리성 정체 장애는 주로 어렸을 때 마주한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PTSD의 일종이다.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해리성 정체 장애는 일상적인 것과 괴리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호러 기믹으로 쓰이고는 한다. 그러나 카야와 카야의 시스템(나는 얼터들과 그들이 구축한 체계 정도로 이해했다)은 그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보를 보인다. 한 사람의 머리에 얼터(alter)들이 적게는 서너 개, 많게는 4000개까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나, 얼터는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동물, 신화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 한 시스템에는 호스트와 최고보호자(primary protector), 징벌자(persecutor) 등의 역할이 있고 각기 다른 기억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는 등의, 당사자가 직접 알려 주는 보다 복합적인 정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채널의 포인트이다. 그러나 동시에 멀게만 느껴지는 그들 역시 결국 한 명의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는 점 역시 이 채널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라고 하겠다. 또한 단순히 DID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법, 공황이 왔을 때 진정하는 호흡법, 혼란스러울 때 나를 현실에 묶어 둘 수 있는 그라운딩 시스템에 대한 설명 등 기타 다른 상황에서 도움이 될 영상도 많으니 취향에 맞게 찾아보면 좋겠다. DID를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채널의 Debunking DID 재생목록을, 시스템에 무슨 얼터가 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Meet The Alters 재생목록을 추천한다. 아니면 시간순으로 가장 오래된 동영상부터 천천히 훑어보며 구미가 당기는 영상을 봐도 괜찮으리라 생각된다.

✨ 40+ PERSONALITIES?! Welcome To DissociaDID |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Multiple Personality), KYLE & NIN'S FUSION | Multiple Personalities Becoming One! |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https://www.youtube.com/@DissociaDID




2. Eddy Burback (남)
미국과 캐나다의 모든 레인포레스트 카페에 (열대우림 테마의 식당으로, 동물의 모습을 본뜬 기계들이 온갖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애니마트로닉스가 명물이다) 가 보는 영상으로 알고리즘을 타고 추천 동영상에 홀연히 나타난 작년의 스타. 말의 속도가 느려서 알아듣기 쉬운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신순 정렬으로 초반 대여섯개의 영상만 재밌고 그 이전 영상은 개인적으로 좀 지루해서 추천을 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최근 영상들이 꽤 재미있어서 미래가 기대된다는 의미로 리스트에 올렸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코멘트를 하니까 코멘터리 채널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미국의 간판 프로그램인 심야시간 토크쇼에 대해 분석한 영상과, 배달만을 위한 식당인 고스트키친을 분석한 영상 두 개의 퀄리티가 아주 좋아서 영상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업로드 주기가 짧거나 꾸준하지 않아서 잊고 살다 어느 날 구독 페이지에 뜨면 보러 가는 정도로 좋을 듯.

✨ I ate at every Rainforest Cafe in the Country, The Deceptive World of Ghost Kitchens

https://www.youtube.com/@EddyBurback




3. Ellbat
영국에 살고 있는 대학생 유튜버.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영상을 많이 올리는데, 주제의 발단과 주제에 대한 고찰, 주제 실행, 그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포맷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주제를 다루는 통찰력이 좋아서 단순 브이로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가기도 한다. 사르카즘이 들어간 농담을 많이 하는데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적당히 기분 좋게 볼 수 있다. 영상미도 좋아서 작업영상으로 틀어놓는 것도 추천한다. 남자친구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아주 귀엽다. 200달러짜리 스타일리스트와 20달러짜리 스타일리스트의 결과물을 비교해 보는 영상이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은 이후 구독자가 많이 늘었다. 대학교 졸업 시즌이라 에세이를 쓰느라 한동안 영상 업로드가 뜸하지만 곧 돌아올 예정. 한동안 제일 좋아하는 채널 중 하나였다.

✨ I Hired a $200 Stylist and a $20 Stylist to Dress Me for a Week, Turning $5 Grocery Store Cake into a $100 Pintrest Cake

https://www.youtube.com/ellbat




4. Jordan Theresa
페미니즘 이슈를 주로 다루는 코멘터리 채널. 한 영상의 길이가 평균 3-40분 정도로 길지만 그만큼 다층적으로 논지를 펼쳐나가는 것이 장점이다. 그녀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서구권의 페미니즘 관련 이슈가 궁금하다면 팔로우해 보기를 추천한다. 다만 어느 정도 논쟁이 가라앉고 나서야 영상을 만드는 것처럼 보여서 (확실하진 않음) 빠른 정보 업데이트를 위해서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또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본인이 재미있게 본 리얼리티 쇼의 코멘터리나 패스트 패션 등 최근 이슈에 대한 코멘터리도 같이 병행하고 있어 골라 볼 동영상이 많다.

✨ girl boss feminism, the aftermath of tiktok fashion (the shein effect)

https://www.youtube.com/@jordanatheresa




5. julien solomita (남)
추천을 할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요즘 내 밥친구라 데려왔다. 앞서 2020년 소개한 유튜버 인 Jenna Marbles의 남편, Julien Solomita가 운영하는 비건 글루텐 프리 요리 채널이다. 영상 업로드를 재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 컨텐츠는 많이 없지만, 비교적 옛날에 올렸던 요리 영상들도 흥미로운 것이 많으니 골라 보기 좋을 것이다. 사실 그냥 틀어놓고 멍하니 보기에는 조금 지루할 수 있고, 밥친구나 작업 영상 정도로 띄워놓으면 좋을 듯하다. 줄리엔은 장난꾸러기에 모험에 있어서는 주저하지 않는 본인의 성격을 요리에서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가끔씩 툭툭 들어오는 코멘트가 웃기고, 요리에 들어가는 논비건 재료들을 비건 재료로 대체하면서 보이는 창의력이 흥미롭다. 다만 음식을 벽에 던지거나, (소독을 했는지가 조금 걱정되는) 반지를 주렁주렁 낀 맨손으로 반죽을 하는 모습이 보여 혹 그게 거슬릴 것 같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전자는 단 한 번 봤지만 후자는 계속.. 계속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감자 요리들을 하고 있는데 뇨끼를 처음으로 만들어 먹어 본 리액션이 꽤 웃기다.

✨ my first time making gnocchi almost made me cry, i cooked pad thai in the desert at night (filmed w/ a7siii)

https://www.youtube.com/@juliensolo




6. Kurzgesagt – In a Nutshell
10분 남짓의 영상을 올리는 과학 공학 채널이다. 모든 영상은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문 성우가 녹음했다. 자막도 바로바로 달려서 굉장히 쾌적한 시청 환경을 보장한다. (영자막은 영상과 함께 업로드되고, 한국어 자막의 업로드 속도도 느리지 않은 편이다.)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아서 공짜로 봐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 물론 광고를 보는 것으로 내 몫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흥미로운 가설을 주제로 잡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과학적 내용을 루즈하지 않게 이끌어 가는 것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영어 공부와 막간 과학 상식을 알아 가기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도 모든 영상을 보진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가볍게 툭툭 건드려 보기 좋은 채널. 혹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한국어로 녹음이 진행 된 채널도 있으니 편히 확인하길 바란다. (채널명: 한눈에 보는 세상 – Kurzgesagt)

✨ What if the World turned to Gold? - The Gold Apocalypse, What if We Nuke the Moon?, TRUE Limits Of Humanity – The Final Border We Will Never Cross

https://www.youtube.com/@kurzgesagt




7. The Game Theorists
유튜브를 주름잡고 있는 theory 채널들의 원조 격으로, 같은 팀이 운영하는 다른 채널로는 The Film Theorists, Food Theorists, Style Theorists가 있다. 보다 더 친숙한 채널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유튜브 영상 등 영상 매체를 주로 다루는 Film Theorists일 것 같아서 고민했지만 개인적으로는 Game Theorists 영상을 더 많이 보고 있어서 이 채널로 골랐다. The Game Theorists는 게임(pc, 콘솔, 모바일 등)들의 숨겨진 스토리를 분석하고, 게임을 하다 보면 생기는 궁금증을 다루는 채널이다. 이렇게 말해서는 감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예를 들자면, 마리오는 키가 정확하게 몇 cm일지 알아내기 위해 게임 속 주변 지형지물과 비교해 보고, 포켓몬 게임에서의 너스 조이(간호순)는 사람이 아니라 포켓몬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트럼프와 오바마 중 누가 더 게임을 잘할지 분석도 하고,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정확한 타임라인을 만들겠다고 60개가 넘는 영상을 할애하기도 한다. 웃긴 이론과 허황된 이론과 그럴싸한 이론이 혼재되어 있는데 전부 그럴듯하게 읊어서 듣는 사람이 솔깃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채널에서 다루는 모든 게임을 알고 있기는 어렵지만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웬만해서는 다뤄 주기도 하고, 게임을 잘 몰라도 초반 설명이 친절하고 자세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아무 영상이나 클릭하고 보기 좋은 채널.

✨ Game Theory: Nurse Joy is a Pokemon!, Game Theory: Watch This Backwards To Release The Devil (Trombone Champ)

https://www.youtube.com/@GameTheory